애플 “해외 현금 들여와 세금 380억달러 내겠다”

[한겨레] 지난달 미 의회 감세안 통과 뒤 대기업 첫 가시적 조처

5년내 미 경제에 일자리 등 3500억달러 기여 방안도 발표

새로운 것 없고 절세액으로 자사주 매입·고배당 전망도



애플이 17일 외국에 보유한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서 세금 380억달러(약 40조원)를 내겠다고 밝혔다. 중국 등에서 아웃소싱 생산을 하면서 현금은 세금 회피를 위해 외국에 보유한다는 비판을 받아오다 미국 경제에 공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지난 연말 의회가 대규모 감세안을 통과시킨 이후 대기업에서 나온 가장 가시적인 조처다.

애플은 5년간 미국에 3500억달러(약 38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애플은 300억달러를 투자해 8만4000개 수준인 미국 내 일자리를 2만여개 추가로 창출할 계획이다. 미국 전역에 고객 지원 기술센터와 데이터센터도 짓는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 발전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선진제조업펀드도 1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성명에서 “우리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국가와 국민에게 (혜택을) 되돌려줘야 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기술 공룡 기업이 막대한 돈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자신의 정책이 기여했다며, “미국 노동자들과 미국의 거대한 승리”라며 환영했다.

이번 발표는 상·하원이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뒤 나온 것이다. 애플은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해외 현금을 들여올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법 개정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한시적으로 세율 15.5%를 적용받게 됐다. 법인세 최고 세율도 기존 35%에서 21%로 낮아졌다. 애플의 해외 보유 현금은 2523억달러(약 270조원)에 달한다. 세율 15.5%를 적용한 세금이 380억달러라면, 미국으로 들여오는 돈은 2450억달러라는 뜻이다.

애플의 발표가 별로 새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애플이 (발표 전) 현재 추세대로 미국에서 지출한다면 2018년 지출액은 550억달러이며, 5년이면 2750억달러다. 세금 380억달러를 제한다면 향후 5년간 추가되는 새로운 투자 여력은 대략 370억달러 정도”라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인 토니 새코나기는 “애플은 이미 최근 몇년간 (미국에서) 수백억달러씩 지출해왔다.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온 것이 (미국 경제에 추가로) 큰 도움은 안 된다”고 짚었다. 더구나 새 세법은 애플이 해외의 현금을 들여오든 말든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워싱턴의 ‘과세와 경제 정책 연구소’는 애플이 세율 인하로 430억달러를 절약해 미국의 어떤 기업보다 큰 혜택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감세로 절약한 돈으로 자사주를 사고 고배당 잔치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비시>(BBC) 방송은 향후 12~18개월간 애플이 최대 10%의 자사주를 매입하리라 전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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